美성년 - Hutari ver.2

"좋아해."
"....뭐?"
"내가 마스다 타카히사를, 좋아한다고."

 

 

저질러버렸다. 수도없이 고민했던 말. 머리로는 해서는 안되는 말이란걸 알고 있었기때문에, 하루, 이틀, 열흘, 한달, 일년, 그렇게 매일 밤낮 할것 없이 가슴속으로 싸매고 있었던 말을 겨우 털어놓았다. 그리고 내 눈앞에서 쾅 닫혀버린 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묻지 않아도 너무나 잘 아는, 충분히 예상했던 결과였다.

 

 

 

 

그 이름 모른다고

Takahisa Masuda X Yuya Tegoshi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저녁 늦게서야 들어선 집은 줄어버린 온기만큼이나 조금은 휑한 풍경이었다. 역시 그런거구나... 기운이 쭉 빠진다. 진짜 빠르다. 이렇게 단번에 칼로 무 자르듯 잘라내는 사람이었구나 맛스는. 하루 이틀 본 사이는 아니니까 그 정도는 어느 정도 예상 했었는데 말야, 막상 이렇게 마주하니까 아무 생각도 안들어. 그날 이후 얼굴을 제대로 마주한 적이 없다. 하긴, 나라도 내 얼굴 보기 싫었겠다.

 

오랫동안 품어왔던 마음을 하루 아침에 처참히 부정당했는데, 나는 지금 저녁 식사 준비를 하고 있다. 실연당하면 밥도 안들어간다더니, 물 한모금 못 마시겠다더니, 그거 다 거짓말인가보다. 난 이렇게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고 잠도 오는데. 다만 가끔식 가슴 언저리가 조금 먹먹해지는 거, 그거 하나 뿐인데. 그래, 이렇게 나도 모르게 냉장고 앞에 네가 남긴 쪽지가 붙어있지는 않을까 살피게 될때 말야. 그때 그래. 자꾸만 현관문에 시선이 갈때, 그때 그래.

 

 

"아, 혼자 다 먹을 수 있으려나."

 

 

그리고 이렇게 나 혼자 먹기엔 너무 많이 만들어버렸을때도 그래.

 

대충 차린 음식들을 가지고 텔레비전 앞 쇼파에 자리를 잡는다. 까까머리를 한 유명 개그맨이 나오는 방송을 틀어놓고 피식거리며 밥을 먹는다. 어어, 갑자기 너무 웃기는 바람에 밥그릇을 놓칠뻔 했다. 조심해야겠다. 계속해서 다른 개그맨이 원초적 몸개그를 선보이는 데, 몇번이나 사래가 들릴 정도로 너무 웃기다. 이렇게 자꾸 사래들리다가 진짜 콱 어디 걸려서 아무도 모르게 죽는거 아닌가 하는 무서운 생각이 순간 들 정도였으니.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식사를 마치고 뒷정리까지 하고 돌아서니 조명이 꺼진채 싸늘하게 식어 있는 식탁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고보니 그날 이후 한번도 여기서 밥을 먹어본 적이 없다. 전엔 여기 맨날 둘이 앉아서 밥먹었었는데.

 


'테고시, 배고프지 않아?'
'왜? 배고파?'
'응 좀 출출해...'
'그럼 교자라도 구워 먹을까? 마침 어제 마트에서 사온거 있을텐데.'
'어? 왠 교자?'
'맛스가 제일 좋아하는거 교자잖아. 세일하길래 생각나서 샀지.'
'이야~ 센스 좋은데? 테고시 같은 여자친구 있으면 좋겠다...'
'그런 사람이 또 있을거 같아? 나같은 사람 그렇게 안 흔하다구. 유니크하단 말씀!'
'에이, 아쉽다. 테고시가 여자였으면 좋았을텐데.'
'다음 생에는 노력해 보도록 하지. 자, 다 됐습니다~'

 


문득 맞은편 자리에 앉아서 맛있다며 그 따뜻한 미소를 지어주던 모습이 떠오른다. 하지만 그건 어차피 눈앞에서 일렁이는 신기루와 같은 것이어서 내가 손을 뻗으면 다시 현실로 돌아오고 만다. 나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현실로. 다시는 맛스를 볼수 없을지도 모르는 현실로.

 

 

"맛스..맛스으... 맛스으...."

 

 

목이 메인다. 동시에 눈물방울이 소리없이 식탁위로 떨어진다. 내 얘기를 좀 들어줘, 맛스. 상처주려던게 아니야. 어떻게 해달라는 것도 아니었어. 난. 난. 난 그냥.. 나라는 사람이 여기 있다고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야. 그냥 내 무거운 마음의 짐을 조금은 내려놓고 싶어졌을 뿐이었어. 그냥 그것뿐이었는데..

 

 

"맛...스으........"

 

 

난 언제부터 맛스를 좋아했던걸까. 시작이 언제부터였는지조차 모르는 이 마음이 이렇게 커질줄은 생각도 못했었다. 난 왜 맛스를 좋아하는걸까. 말해봤자 이렇게 서로에게 상처줄거 뻔히 알고 있었는데, 왜 말한거지? 말하지 않았으면......... 그냥 그렇게 좋은 친구인척, 속이 썩어 문드러져도 끝까지 그 역할을 지켰더라면. 적어도 지금보다 훨씬 많이 그 이름을 부를수 있었을텐데. 혹시나 하는 쓸데없는 기대가, 한순간의 이기심이 모든걸 망쳐놓았다.

 


'맛스!'
'뭐?'
'맛스으!!'
'에에? 맛스라니...'
'뭐야 그 반응은. 마스다니까 줄여서 맛스.'
'너무 평범하지 않아? 전국의 마스다씨는 모두 맛스가 될수 있을 거 같은데요.'
'괜찮아. 내가 아는 맛스는 마스다 타카히사 말고는 없으니까. 싫진 않지? 맛스~'
'으응. 뭐.... 나쁘진 않네.'

 


내겐 반짝반짝 빛나던 사람. 내겐 그 이름조차도 너무 아름다웠던 사람. 제멋대로였던 내게도 따뜻하게 대해줬던 사람. 내가 오랫동안 바라봤던 사람. 그리고 나때문에 상처받은 사람.

 

 

"맛...스......"

 

 

맛스, 맛스, 맛스, 맛스. 난 너를 부르는게 참 좋았는데.
맛스, 맛스, 맛스, 맛스. 너 말고는 누구에게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이름. 하지만 넌 이제 내가 부르는 네 이름조차도 거북해할까?


지금 수없이 네 이름을 부르는 나를 용서해줘. 이번이 마지막이니까, 더는 그 이름을 부를 일이 없을테니까, 그 이름 한글자까지 고이 접어 가슴속에 묻어둘거니까.

 

 

"마...스다....."

 

 

미안해, 맛스. 아니 마스다.

 

 

 

*

 

이삿짐을 싼다. 버리고 갈 것들은 따로 한데 모아놓고 가져갈 것들만 상자에 대충 주워담았다. 근데 막상 싸놓고 보니 참 별거 없네. 대부분이 혼자 사는데 필요없거나 공용 물품이라 그런지 챙겨놓은 상자는 5상자를 채 넘지 않았다.


책꽂이의 책들을 챙겨넣다보니 앨범이 튀어나왔다. 친구들이랑 MT가서 찍었던 사진, 축제때 이벤트로 찍었던 사진... 그리고 '그'와 찍었던 사진들. 많기도 많네. 어, 이런 사진도 있었나? 언제 찍었더라..........뭐, 이젠 아무래도 좋은 게 되버렸지만.

 


'테고시, 사진찍자.'
'그럴까?'
'더 이쪽으로 와. 시계탑도 나와야 할거 아냐.'
'이러면 됐지? 빨리 찍어! 은근 자세 불편하단말야.'
'어어. 찍는다? 하나, 둘!'
'어디봐봐. 뭐야, 맛스만 잘나왔네. 게다가 시계탑도 잘 안보이고. 다시다시!'
'에에...내가 보기엔 괜찮은거 같은데...'
'안괜찮다니까. 어차피 디카면서 뭘 그래? 빨리이~'
'그럼 테고시가 들고 찍어. 테고시 셀카 잘 찍잖아.'
'그럼 이리내.... 뭐해? 빨리 더 와서 붙어. 그래야 잘 나오지. 웃어~ 하나, 둘!'

 


'그'와 찍은 사진들만을 따로 꺼내 한장 한장을 찬찬히 들여다 본다. 하나도 잊지 않을 기세로 가슴속에 새기고는 사진들을 모두 쓰레기더미 위로 던졌다. 하지만 곧 마음을 고쳐먹고 사진들 중에서 제일 잘 나온 한장을 골라 아마도 평생 한번 펼쳐볼까 말까 한 두꺼운 사전 안에 끼워넣었다. 그래, 친구로서의 추억 하나쯤은 남겨둬도 괜찮잖아. 10년 뒤, 20년 뒤, 먼 훗날 언제라도 우연히 보고 추억할 사진 한장 쯤은 있어도 되잖아.

 

집을 떠나는 날은 생각보다 훨씬 홀가분했다. 발이 안떨어지면 어쩌나 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는듯, 내 발길은 아주 가벼웠다. 물론, 끝까지 혹시? 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혹시나 다시 돌아오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그 집이 자그마한 점이 되어 내 시야에서 사라질때까지 난 몇번이고 뒤돌아봤다. 돌아온다면 내가 잘못했다고, 모두 없던걸로 하자고, 미안하다고, 무릎이라도 꿇고 사과할텐데. 이 마음 다 버릴테니 친구로라도 남게 해달라고 그렇게 말할텐데. 하지만 그 역시 괜한 우려였다는듯, 끝까지 그의 모습은 그 와인빛 머리카락 하나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

 

그 이후 나는 무슨일이 있었냐는듯, 아주 순조롭게 지냈다. 학교도 무사히 졸업했고 자그마한 잡지사에 취직도 했다. 그동안 그에 대한 소식은 전혀 들려오지 않았다. 덕분에 다시는 그를 떠올리는 일 따위 없었고, 그를 생각하며 우는 일 따위도 없었지만, 언제나 마음 한구석이 무언가로 도려낸듯 아프고 공허했다. 5년이 흐르는 동안, 누구를 만나도 그 부분은 채워지지 않았고, 그럴수록 난 더더욱 일에 매달리게 되었다.  그리고 언제나 우연은 갑자기 찾아오는 법이랬다.

 

그날은 후배와 함께 취재에 나갔다 시간이 늦어서 둘이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고 여자애 혼자 보내기가 영 불안해 데려다주려던 참이었다.

 

 

"에이 괜찮아요 선배. 저 은근 쎄거든요."
"그래도 어떻게 여자애를 혼자 보내냐? 가자. 역까지만이라도 데려다 줄테니까."
"아니예요, 정말 괜찮다니까요. 걱정 마세요!"
"그래도..."
"하루나!"
"어? 마스다 선배!"

 

 

내 뒤에서 갑자기 들려온 그 목소리,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아, 겨우 지탱해왔던 현실이 마구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이름. 아니, 잊은줄로만 알았던 이름. 후배가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드는 방향으로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본다. 돌아선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자리에 딱딱하게 굳어버리는 그 모습이 조금 씁쓸하다. 머리색이 밝아진걸 빼면 넌 참 그때와 별로 다르지 않네.

 

 

"아, 선배. H대학 졸업하셨다고 했죠?"
"응? 응."
"혹시 몰라요? 마스다 타카히사라고, H대학 졸업했거든요. 못들어보셨어요? 꽤 유명했었다던데."

 

 

나는 뭐라고 말해야 하는걸까. 들어봤다고? 아주 친한 친구였다고? 내가 고백했다가 절교한 사이라고? 아니면, 한번도 들어본 적 없었다고?

 

그의 표정을 살핀다. 흔들리는 그의 눈이 말하고 있었다. ...아...이 아이가 너에게 소중한 사람이구나. 과거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너 역시도 그녀를 한없이 바라만 보고 있는거구나. 왜 말하지 못했어? 나처럼 말해서는 안되는 마음인거야? 내가 그랬던 것처럼...

 

지금 내 표정은 어떨까. 너처럼 놀라 상기된 표정일까. 아니면 아주 슬픈 얼굴을 하고 있을까.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당장이라도 터질것 같은 가슴을 억누르고, 떨어지지 않는 입술을 억지로 떼어 한자 한자 힘주어 말했다. 너를 위해서. 내가 놓쳐야만 했던, 보내야만 했던 그 이름을 위해서. 너의 외사랑에 내가 또 상처가 되지 않게.

 


난 괜찮으니까...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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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여..................... 이건 소설도 아니고 진짜 그냥 짧은 썰인듯...

BGM으로는 성시경님의 곡을 썼습니다. 갑자기 성시경님 노래가 너무 듣고 싶어서 이 새벽에 ㅠㅠㅠ

여유가 되면 연작이 될지도(....)

 


 

 


 

"잘.. 지냈어?"

거짓말. 거짓말이지? 지금 내 눈앞에 있는게 정말.. 테고시, 너야?



10년후, 또다시 여름
Takahisa Masuda X Yuya Tegoshi





지금 내 눈앞에 벌어진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런 고민따위 하지 않았다. 그저 지금 내 눈앞에 테고시가 서있다는것, 나한테 중요한건 그것뿐이다. 아, 멋쩍은듯 장난스럽게 웃어보이는 모습이 예전과 하나도 다르지 않아서 다행이다. 나는, 테고시, 난 말야. 시간이라는 것에 져버려서 그때와는 많이 달라져버렸어, 테고시. 그래서 지금의 내 모습도 니가 좋아해줄지 어떨지 자신이 없어.


"안 들어갈거야?"
"응? 어, 어.. 응. 들어가야지. 응........들어올래?"
"당연하지. 그럼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갈줄 알았어?"


열쇠를 쥔채 멍하니 있던 손을 재빨리 놀려 현관문을 열었다. 집안의 후덥지근한 공기가 순식간에 뛰쳐나온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아직 청소를 안했었지. 서둘러서 잡동사니들을 대강 치운다. 아, 이거 여기다 놓으면 안되는데. 바보같이 허둥지둥. 이래서야 10년전 그날과 전혀 다르지 않잖아. 나의 움직임이 어느정도 잦아들자 그제서야 현관에 서서 내가 하는걸 빼꼼히 들여다보던 테고시가 집안으로 들어섰다. 저기, 그렇게 두리번거리면서까지 볼건 없는데. 내가 뭐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탁자 앞에 앉아서는 '난 아이스커피' 란다. 정말, 너 하나도 안변했구나?


"집, 그때랑 다르네."
"뭐..이래뵈도 일단은 이사한거니까."
"그랬지 참."
"짐 치우느라 엄청 고생했어. 넌 어차피 모르겠지만."
"아아. 그때일은 정말 미안해. 내가 이렇게 사과할게. 됐지? 응?"
"전혀 반성 안하고 있잖아 너."


잠시동안의 침묵. 무슨 말을 해야 좋을까. 낡은 선풍기가 고통스러운듯 덜덜거리며 돌아가는 소리만이 집안을 가득 채운다. 그러고보니 내가 이상하리만치 선풍기만을 고집하다가 테고시랑 싸운적도 있었다. 그때는 둘다 진짜 양보란걸 모르긴 했지. 난 더위도 많이 타면서 여전히 고집스럽게 선풍기를 튼다. 근데 10년전 그때 우리는 무슨 얘기를 했었어? 테고시, 기억해?


"그러고보니 맛스."
"응."
"우리 어떻게 친해진거지. 언제부터야? 고등학교때?"
"아마도. 니가 매일같이 나한테 엄청 말 걸었었어. 이제와서 하는 얘기지만, 나 그거 엄청 부담스러웠거든."
"에, 그랬었나?"


그랬었다. 매일같이 내게 말을 거는 테고시가 처음엔 너무나 부담스러웠는데. 테고시는 여러면에서 나와는 정 반대, 도저히 맞을수 없는 상대였으니까. 그런데 딱 하루, 그렇게나 활발하던 테고시가 내게 말도 걸지 않고 하루종일 책상에 엎드려만 있었던 그날, 무슨 마음의 변화가 있었던건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테고시에게 집에 같이 가자고 말했었다. 늘 테고시가 나와 같은 방향으로 간다는 건 알고 있었으니까. 그때 테고시가 어떤 반응을 보였더라..


"근데 너 집에 가는 내내 별로 말이 없었어. 시선도 이상한데로 돌리고 말이지 응."
"그건 틀림없이 좋아서 그랬을거야! 이건 확실해."
"어차피 기억도 안나잖아 너."
"헤헤. 그래도 어렴풋이 나는것도 같아."


아직도 웃어넘기면 봐줄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야 테고시. 너는 어떤지 몰라도 나는 이제 사회에 찌들대로 찌들어가고 있다고. 또 다시 감도는 침묵. 그저 말없이 아이스커피잔을 들여다보는 테고시의 모습이 낯설다.


"학교, 그때랑 똑같을까나."


시선을 돌려서 다시 멍하니 창밖에 펼쳐진 하늘을 바라본다. 알고 있다. 우리는 이제 지난 10년을 공유할수 없다는것 쯤. 그러니까 테고시도, 나도 묻지 않는거다. 10년동안 뭘 했냐고 도저히 물을수 없으니까. 우리의 대화는 끊임없이 침묵과 10년전 이야기의 패턴을 반복할수밖에 없는거지, 테고시?
마치 그 자리에 놓여진 인형마냥 멍하니 붉은 석양이 지는 하늘을 보고 있는 테고시의 모습은 너무나도 슬프고 외로워보여서 보고 있는 나의 심장이 다 먹먹해진다. 빛을 잃은 새까만 심연과도 같던 테고시의 눈에 일순 생기가 돌아왔다고 생각한 순간, 테고시는 시선을 돌려 내게 웃어보이며 말했다. 불꽃놀이를 보러 가자, 고.


*

"그러니까 갑자기 왠 불꽃놀이야. 게다가 테고시, 왜 하필이면 이런 허름한 빌딩 옥상이야?"
"잠자코 있어보라니까. 내가 다 생각한게 있으니까 말야."
"헤에."


테고시, 행동력이 좋은건 알고 있었지만 말야, 그래도 그... 차로 1시간이나 나와서 온 데가 이런.. 허름하달까 으스스하달까, 아니 사실은 금방이라도 무너질것만 같은 빌딩 옥상이라니,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은데. 차를 타고 나오는 사이에 하늘은 적당히 어두워지고 간간히 별도 뜬게 확실히 불꽃이 잘 보일것 같긴 하지만. 속는 셈 치고 테고시가 지정한 방향을 향해 앉아있길 또 30분. 있잖아 테고시, 역시 뭔가 잘못 안게 아닐까. 그런 얘기를 입밖으로 꺼내자마자 피유웅하고 불꽃이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저 너머 하늘에 커다란 불꽃이 하나둘, 피었다 사라진다.


"맛스 어때? 굉장하지?"
"어..어.."
"나 여기 10년전에 엄청 좋아했던 곳이거든. 해마다 여기서 불꽃놀이를 봤어. 여기서 이렇게 혼자 앉아서."
"친구들이랑 같이 온거 아냐?"
"아무도 같이 안왔어. 나 혼자만 알고 있고 싶어서 말야. 비밀기지랄까? 그러니까 여기에 누굴 데려온건 맛스가 처음이야. 다른건 몰라도, 나 이거만큼은 단언할수 있어. 정말로."
"영광으로 여기라는거?"
"당연하지!"


하여튼. 여전하다니까. 피유웅- 펑. 피유웅- 펑. 불꽃이 쏘아지는 소리가 수없이 반복되고, 형형색색의 불꽃들이 밤하늘에 피었다 사라지길 반복한다. 그리고 나와 테고시 사이에는 다시금 침묵이 감돈다. 하지만 이것은 아까의 어떤말을 해야 좋을지 몰라 헤메이는 침묵이 아니라, 그저 둘다 아무런 말도 할수 없는것 뿐이다. 끝없이 피고 지는 불꽃 앞에서 우리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말을 하면 서로의 눈물을 들킬까봐. 말을 하면 이 시간이 한순간의 꿈처럼 사라져버릴까봐.


"있잖아."
"응?"
"10년전에 우린 정말로 사랑했어?"
"뭐야.."
"우리 진도는 어디까지 나갔었지?"
"노코멘트."
"그럼 왜 우린 헤어졌어?.."
"..테고시."


이제와서 그런걸 물어도 내가 할수 있는 대답은 정해져 있어, 테고시. 10년전에 우린 정말로 남부럽지 않게, 우리 나이에 할수 있는 사랑을 했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의 입장때문에 특별히 남들처럼 뜨겁게 사랑한건 아니지만, 우리는 우리의 페이스대로 잘 해나간거라고. 하지만 우리가 왜 헤어졌는지. 그것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다.


"어째서야?"
"어째서냐니.."


서로에게 아플뿐이잖아. 왜 확인을 하려고 하는거야, 응? 테고시. 어째서.


"가르쳐줘. 왜 헤어진거야?"
"....테고시가 귀찮아져서."
"응?"
"테고시가 이렇게 추궁하고 따지는게 귀찮아서 한눈을 팔았다가 크게 싸우고 깨졌어."
"에~ 정말? 그랬어? 맛스 나쁜놈이었구나~"
"응."
"...........재미없어. 맛스, 여전히 거짓말 너무 못해."
"....미안."


알면서 왜 물어. 진짜 여전히 악취미다. 다시 멍하니 불꽃을 바라보는가 싶더니, 아직 불꽃놀이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난다. 그리곤 여전히 앉아있는 나를 내려다보며 말을 한다. 테고시, 불꽃을 등지고 있어서 얼굴이 보이질 않아. 웃고 있어? 아니면.


"...맛스."
"...어? 어어... 응."
"이젠 여기, 맛스가 대신 와서 매년 불꽃놀이를 봐줘."
"....테고시는?"
"난 여기서 너무 많이 봐서 이제 질렸어. 오늘은 10년만이니까 오랜만에, 맛스한테 소개도 해줄겸."


또 그렇게 쓸쓸한 말만 하고. 10년전이랑 다른게 뭐야. 불꽃이 터질때마다 어렴풋이 보이는 테고시의 얼굴은 웃는것도, 우는것도 아닌, 웃고있지만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있는 얼굴. 그런 얼굴로 부탁하지마 테고시. 너 10년전 그날도 그런 얼굴로 떠났어. 자주 연락할테니까 대신 짐 좀 부탁한다고. 그때의 나는 바보같이 그러겠다고 말해서 너를 안심시켰었지만 10년전이랑 달라서 이젠 안받아줘. 아니 못받아줘.


"10년전에는 고마웠어."
"고맙다는 인사, 그때도 했었어."
"그랬었어?"


직접 네 입으로 했던 말은 아니지만, 마음속으로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는 것쯤, 그때의 나도 잘 알고 있었다. 나를 향해 크게 흔드는 너의 손이 대신 전해줬으니까. 10년전의 너에게 물어보고 싶어. 넌 왜 그날, 그렇게 울었어? 왜 그렇게 슬프게 웃으면서 안녕이라고 말했어? 그리고 지금의 너에게 묻고 싶어. 왜 지금 이렇게 너와 입을 맞추고 있는데 나에겐 아무것도 느껴지질 않는거야?


"...미안. 아무것도 기억못해서."
"테고시."
"미안해... 10년동안 맛스를 붙잡아둬서."
"테고시."


그만해.


"그리고 고마워.. 이런 나를, 10년동안 잊지않고 사랑해줘서."


하지마, 테고시. 이런 장난, 나 안좋아하는거 너도 알잖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수 없다. 눈물이 가득차서 눈앞에 있는 테고시의 형체가 마구 헝크러져 보일즈음, 나는 의식을 잃었고 다시 눈을 떴을땐 테고시는 어디에도 없었다. 마치 지난밤 꿈을 꾼듯,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얼핏 멀어지는 의식속에서 눈물을 있는 힘껏 참으며 웃는 얼굴로 '안녕' 이라고 말하는 테고시를 본 것도 같다.



그렇게 지난 10년을 끌어온, 쓰다 만 나의 사랑에 마침표가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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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저녁에 알바가야하는데 잠은 안자고 이게 뭐하는짓인가... 싶군요 ㄱ-
보다가 보면 감이 오신 분도 있을거 같습니다만, Secret Base 를 무한반복으로 틀어놓고 쓴 글입니다'ㅁ' 요즘 이 노래에 빠져있어서...
이렇게 줄줄이 쓰는거 오랜만이네요!


작년에 행해진 2nd 투어 『テゴマスのあい♥』의 DVD를 발매하는 테고마스.
두사람의 음악, 라이브에 거는 뜨거운 마음과, 활기찬 미소를 전해드립니다!




돌아다니다가 이런게 올라왔길래 냅다 들고왔습니다'ㅁ'... 별거없는 애들이지만 전 이 별거 없음이 좋네요 ㅠㅠ 아씨...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부분을 굵게 굵게 처리해보았습니다=_=.. 역시 테고시 도S..-_-)b
근데 아... 올해 지진만 안터졌어도 얘네 콘서트 한다고 터졌을 삘인데 ㄱ-..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



테고  「발렌타인데이 직전이니까, 러브러브한 사진을 리퀘스트한대」
맛스  「엣... 테고마스로 러브러브라니 징그럽지 않아?(땀)」
테고  「하트 만들어서, 맛스한테 츄- 하는 느낌이면 돼?」
맛스  「내 얘기 안듣고 있잖아!」



어우..............TAT 얼마만에 떡밥... 엉엉... 게다가 왠일로 테고시가 들이밀어주신다..TAT
천년만년 튕기기만 할줄 알았어(이러고)
테고마스랑 타카유야 사이에서 고민(이라고 해도 둘다 똑같지만)했는데 그래도 역시 내가 미는건 타카유야니까'ㅁ'...
사랑해요 듀엣..TAT



야마삐와 료쨩의 대담을 전합니다! 주니어 시절부터 함께해온 두사람이, 사이좋은 에피소드를 가르쳐주었어.
주니어일때는 둘다 멋내기에 흥미진진했던것 같아.
이번에는 서로 『어른이 되었네-』라며 통감.




..떡밥으로 치기엔 좀 부실한 감이 없지않아 있지만 이건 다 앞에 코야시게가 해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 뿐임(이러고)
뭣보다 어린시절의 에피소드 같은거 너무 좋아서TAT 지금은 좀 아쉽다.ㄱ- 밥만 같이 먹음 되는거냐규 형님들.
처음엔 연하인줄 알고 반말해놓고 알고서도 안고쳐.. 낄낄 역시 삐님<
처음부터 세게 나가는거냐며(이런다)
화장실 같이가자고 하는 꼬꼬마 료를 생각하니까 귀여워서...TAT 아놔..
다음엔 좀 많이 얘기해달라규^_ㅠ




NEWSupplement
연재 1회에는 코야시게가 대담으로 등장! 주제는 "두사람의 관계성"에 관하여.
「이 대담도 사적인 거라고 하면 사적인거네~」(코야마)라며 완전 릴랙스 모드로 폭소 이야기를 연발해주었어.





뭐...뭐다 이거.. 사진도 사진이지만...ㄱ- 나날이 수위갱신 중이시네여? 응?
이건 뭐 조만간 결혼발표해도 놀라지 않아야 하는거냐며.ㄱ- 아니 차라리 제발 해... 그게 속편하겠다..
코야시게의 관계성에 관한 토크라고 주제를 정한 스태프도 밉고(이런다)
게다가 이거 잘 읽어보니 너네 데이트 자랑만 한거냐며 지금?^_ㅠ
.......에라이 솔로천국 커플지옥(이러고)

케쨩뉴스에서 팬분이 "결혼했으면 좋겠어" 라는 말을 했을때의 반응이 너무 싱겁다 했더니.. 씨이..TAT
염장지르기 전문 인증하는 코야시게..... orz
부..부러우면 지는건데 난 세상에서 너네가 제일 부럽다?<

이번달은 야마료!! 기대됨(...)




...아 진짜 뭐 이런애들이 다있지!?
진짜 딥디에 코야시게가 차고 넘치지만 아무생각없이 이걸 맞이한 결과는 참담해서 날 그냥 얼음으로 만들어버렸지..........orz
짧지만 강한 임팩트 감사.ㄱ-
막 닭털날리면서 사랑해~ 이러면 차라리 농담같이 들릴텐데 "사랑한다고 했잖아" 이거 뭐야..ㄱ-
......역시 너넨...이제 그만 헤어져(이런다) 이런 애증의 코야시게TAT

자막은 급한대로 막힌귀로 대충 전달만 되게 만들었슴다=_=

덧. 왜 눈씻고 찾아도 야마료는 못찾겠지 난....


사이좋은 콤비대담 3연발!

여섯명이 다 모여서 북적거리는도 좋지만 콤비사랑도 NEWS의 명물!
주니어때부터 함께 최전선을 달리며 끊을래야 끊을수 없는 인연인 야마시타 & 니시키도,
절찬리에 투어중인 테고마스,
이미 거의 부부? 인 코야시게, 세 팀의 폭소대담 스타트!

*단체대담은 http://hutari.tistory.com/72 입니다



이런 떡밥성 대담 좋다구!!
잡지사가 TY빼곤 센스 있는거 같아orz TY는 이거 뭐 떡밥도 그닥 없고 아 실망이다 너네TAT(이런다)
집에서 티비보면서 응원하고 있을 료사마가 상상되었어 낄낄.
그리고 코야시게는..........................................................................................
아 진짜 너네 잡지사에서 밀어줘? 그런거야?
정말 대담 시작도 전에 코너 소개 하는데부터 부부 의혹 뭐야 저거... ㄱ-
그리고 코야시게를 아는 사람이라면 다들 30초 키스신에서의 마마의 표정 궁금하게 되거든. 응. 인지상정. 나라도 그랬겠다<




 


=_= 친구가 보고싶대서 후딱 해서 올립니다. 이걸 떡밥에 올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지만..ㄱ-
여튼 떡밥에 올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아니 나름 괜춘해요?^_ㅠ
그래서 잡지번역도 아니겠다, 편집이 초큼 사심 들어가서 중간중간 굵은글씨들이..낄낄...

...모두가 간절히 원했던 '사적으로도 놀아라' 라는걸 저런식으로 ㄱ-

아 진짜 피곤해 죽겠다. 학교에 오자마자 교무실로 불러선 어찌나 쏴대던지, 아직도 앵앵거리는 담임의 잔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만 같다. 다행히 집에다 전화는 안한거 같지만, 한번만 더 땡땡이치면 얄짤없이 전화하겠다니, 두 다리 건사하려면 당분간은 얌전히 있어야 한단건가. 누차 말해두지만, 담임보다 우리 아버지가 배는 무섭다. 앞에서 영어선생이 한참 떠들고 있거나 말거나 이어폰을 귀에 꽂고 책상위로 엎어졌다. 잠깐 선생이 쳐다보는것 같았지만 이런 경우가 한둘이 아니니 이내 수업으로 돌아갔다. 아 재미없어 죽겠다고 진짜. 끝날려면 아직도 멀었는데 나가지도 못하고, 오늘따라 잠도 안오니 이거 영 좀이 쑤신다. 멀뚱멀뚱 눈을 굴려 보충수업 나와서 죽어라 공부하는 놈들의 뒷통수를 보고 있자니 이거 뭐 한심하고 불쌍해서 못봐주겠다. 니들도 더운데 학교나와서 공부하느라 고생이 많다 아주. 새끼들, 그러게 평소에 공부좀 하지 그랬냐. 아, 나는 예외. 난 공부할 생각이 전혀 없으니까.


Vacation
Tomohisa Yamashita X Ryo Nishikido




오전 보충수업을 마치고 냅다 가방을 들고 교실을 빠져나왔다. 어차피 오후엔 자율학습이고 그땐 출석체크도 안하니까 내가 굳이 앉아있을 필요가 없다. 전력질주로 계단을 뛰어 내려가다 복도끝에서부터 온 복도에 쩌렁쩌렁 울릴만큼 큰 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는 테고시와 마주쳤다. 아주 나 도망간다고 광고를 해라 광고를. 가뜩이나 목소리 톤도 높은 녀석이 자꾸 소리를 질러대니 귀가 아주 뻥뻥 뚫릴 지경이다. 글쎄 나 귀 안먹었다고. 가까이 오라고 손가락을 까딱까딱 했더니 후다닥 이쪽으로 달려온다.


"넌 기차 화통을 삶아먹고 다니냐? 너때매 쪽 아주 잘팔린다?"
"고맙죠?"
"네네, 매번 아주 감사함다. 눈물이 다 나네? 이걸 확."


역시 이녀석은 때리고 싶은 일학년이다. 다만 때리고 싶을 뿐이지 진짜로 때리지는 않는다. 사실 처음에 한번 때려본적은 있는데 그 이후에 내가 배로 시달려서 아주 진절머리가 났었다. 동아리방에 놓아둔 내 기타를 완전 엉망으로 조율해놓질 않나, 내가 없는 사이에 내 소지품에 어디서 구했는지조차 신기할 정도로 유치한 스티커로 테러를 해놓질 않나, 지금 생각해도 악 소리 나는 기억이 아닐수 없다. 그 이후로는 절대, 때리고 싶어도 참고 또 참는다. 이놈 성격이 원래 이렇겠거니 하면 그나마 좀 낫다. 성격이 좀 그래서 그렇지, 공부는 꽤 하는 편이라 보충수업은 안한다고 들었는데 얼마나 할일이 없으면 방학인데 이렇게 매일같이 학교에 와서 동아리실이나 지키고 있다. 불쌍한 청춘이 여기도 하나 썩고 있구만. 오늘은 진이놈을 불러다 나의 불쌍한 청춘이라도 달래줘야겠다.


자고로 공원이란 남녀의 대표적인 데이트 장소다. 낮엔 그나마 덜하지만, 밤이면 가로등 빛이 닿지 않는 벤치를 차지하고 앉아 남의 이목따위 신경쓰지 않고 찐한, 찐한 스킨쉽을 즐기는 것이 정석이나 다름없는데 어째서, 왜? 난 이 어둑어둑 해지는 시간에, 공원 벤치에, 그것도 진이놈이랑 나란히 앉아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입에 물고 있는거냔 말이다. 뭐, 사실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헌팅좀 하려다 일이 된통 꼬였으니까. 새끼 그러게 여자 정리좀 잘하라니까 무시하고 싸돌아다니더니, 젠장. 사내새끼 둘이 징그럽게 공원벤치에나 앉아서 이게 뭐냐 찌질하게.

멍한 눈으로 공원을 바라보고 있자니 오늘따라 시선이 닿는 곳마다 커플들이 붙어앉아있다. 시원한 실내 냅두고 왜 여기서 지랄이냐 지랄이, 보는사람 짜증나게. 속으로 커플들을 실컷 욕하고 있는데 눈앞으로 빨간 자전거를 탄 남자가 휙 하고 지나간다. 그러고보니 지난번에 자전거 체인 끊어먹은거 아직 안고쳤는데. 자전거 수리 맡기면 아마 지금껏 이것저것 고장난거 버티고 탔던거까지 다 쳐서 견적 엄청 나올텐데, 용돈 바닥날걸 생각하니 짜증이 확 밀려오는게 담배 한대 피워줘야지 싶다. 평소처럼 주머니에 손을 넣었는데 찾는 담배는 안잡히고 빈 담배갑이 바스라지는 소리만 난다. 그러고보니 어제 담배 못샀지 참. 그러고보니 진도 담배를 피우려는 듯 담배를 꺼내들고 있다.


"나도 담배 하나만 줘봐."
"50엔."
"하? 어떻게 하면 그게 하나에 50엔이나 하냐. 그냥 좀 줘라 쪼잔하게."
"넌 나한테 담배 맡겨놨냐. 나도 사서 피우는거거든? 아까우면 선배대접좀 해봐. 그럼 그냥 줄게."


여태까지 그걸 마음에 두고 있었구나, 소심한 놈. 어쩔래? 하고 빙글 웃고 있는 얼굴이 딱 한대 쳐주고 싶다.


"여태까지 내가 너때문에 고생한게 얼만데. 양심없는 새끼."
"양심없는게 누군지 따져볼래?"
"50엔 너무 비싸. 깎아줘."
"그렇게 까지 하면서 피우고 싶은겨?"


어디선가 들어본듯한 목소리에 칸사이 사투리가 들려와서 등 뒤를 돌아보니 어제의 그 편의점 점원이 한손에 파를 들고 서서 내려다 보고 서있다. 오지랖도 참 넓다고 생각하던 찰나 갑자기 손에 든 파로 냅다 나를 후려쳤다. 어제의 생각을 다시 고칠 필요가 있는거 같다. 사람은 안패봤는지 모르겠지만, 손버릇 하나는 엄청 나쁘다는거. 몇번이나 봤다고 손에 든걸로 매번 이렇게 사람을 때리는지 모르겠다. 뭐, 오늘은 파로 맞아서 그다지 아프진 않지만서도. 그나저나 왠 파를 들고 서있는걸까 해서 찬찬히 살펴보니 장이라도 본건지 옆에 세워둔 자전거 바구니에 비닐봉지가 이것저것 들어있다. 어, 그러고보니 아까 그 빨간 자전거.


"저기요, 얘 알아요?"
"야마시타잖아."


.....아 기억력 하난 어찌나 좋은지. 뭐 내 성이 좀 흔하긴 해? 근데 그거 내가 괴롭힌다고 한거지, 날 괴롭히라고 알려준 이름은 아니었던거 같은데 말야. 정작 내쪽은 저쪽 이름이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 어쩌고 료 였던거 같긴 한데 성이 전혀 기억이 안난다. 내가 성을 기억해내려 애쓰는 동안 옆에서 진이 나를 툭툭 친다.


"야, 아는사이야?"
"뭐어....어쩌다 보니."
"아, 안녕하세요. 아카니시라고 합니다."
"흐응. 이녀석이랑 친구?"
"아, 뭐 그렇죠. 아하하."


사교성 참 좋다. 응. 혼자서 물어보지도 않은 이야기를 (주로 내 험담) 아주 그냥 술술 뱉어댄다. 저 입을 꼬매버려야 하나. 문득 료군(도저히 성이 기억나질 않는다)을 보니 시선이 한군데에 고정되어 있다. 열심히 떠들고 있는 진의 손에 쥐어져 있는 담배. 저녀석한테 얘기를 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아주 잠시, 잠시 고민한 뒤 이내 그만뒀다. 너도 된통 당해보라지. 그리고 다음순간, 역시나 진의 담배는 그의 구둣발 아래서 사정없이 짓이겨지고 있고, 진이 녀석은 있는대로 얼빵한 얼굴을 하고 있다. 쌤통이다. 아, 근데 담배 아까워.


"어,어이!"
"얼라한테는 아직 안된다니께."
"에?"
"스무살 되면 하란말이지."


어지간히 올곧은 사람인가보다. 고집까지 쎄. 고집불통이네 완전. 뿔난 얼굴을 하고 있는 그의 옆에 있는 빨간 자전거를 보니 순간 저 바구니 달린 빨간 자전거를 타고 마트며 가게를 돌아다니며 장을 보았을 모습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비져나왔다. 위험해. 아 진짜 이사람 볼때마다 안그렇게 생겼는데 하는짓은 딴판이다. 생긴것만 봐선 바구니 달린 자전거같은거 절대로 쪽팔려서 못탈거 같은데. 사실 내 자전거도 바구니 달린 자전거이긴 한데, 이게 살짝 보기에 좀 그래서 그렇지 효율성 하나는 끝내준단 말이다. 다만 학교갈때 탈만한 건 못된다. 그걸 타고 어떻게 학교를 가!


"기분나쁘게 왜 사람 얼굴보면서 실실 쪼개는겨."
"아니, 아무것도."


어제와 같은 수상하다는 눈빛으로 한동안 날 쳐다보더니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판단했는지 손에 들고 있던 파를 비닐봉지에 넣고 자전거에 올라탔다. 어, 가는거야? 무슨 학교 선도부장도 아니고 담배만 잡고 가는거야?


"뭐여. 사람얼굴은 왜 빤히 쳐다보는겨. 뭐 할말있어?"
"아............ 편의점으로 가는거야?"
"......너 어제 내 말 못들었는가본디, 반말하지 말라고. 그리고 집으로 가지. 편의점에 하루종일 있는 점원은 거의 없어. 그게 다여?"
"이름!"
"이름?"
"이름 가르쳐 줘. 난 어제 가르쳐 줬으니까."
"지금 반말했는데."


거 참 더럽게 따진다. 반말도 좀 하고 그럼 친해지고 좋지, 그걸 굳이 꼭 어른대접을 받으려고 들다니. 도대체 얼마나 어른이길래 저렇게 재나 싶지만 일단은 숙이고 들어가자. 아무리 생각해도 성이 기억나지 않으니까 본인한테 물어봐야 될거아냐. 아쉬운놈이 숙여야지 뭐 어째.


"......가르쳐줘!...요."
"흐응. 근데 그거 니가 멋대로 말하고 간거아녀? 내가 알려달라고 한거 아니라구."


그렇게 말하는 주제에 이 상황이 즐겁기라도 한듯 눈을 이리저리 굴리면서도 입꼬리는 슬쩍 올라가있다. 근데 그 얼굴이 상당히 얄밉게 보였다. 아마도 저쪽 입장에서는 객기부리는 애 하나 상대하는거나 다름없겠지만 이쪽 입장에서는 이거 지금 상당히 밑지는 장사라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아니 그러니까 왜 지금 내가 괴롭힘을 당하는거 같냐고. 나는 지금 이 상황이 상당히 아니꼽고 띠꺼워 미치겠다. 그리고 이따금씩 나의 그런 심경은 그대로 얼굴에 드러난다. 요건 장점이자 단점. 그리고 오늘은 장점으로 먹힌 모양이다. 갑자기 휴대폰을 꺼내 들더니 화면을 보여준다.


"이렇게 쓰고 니.시.키.도.료. 라고 읽는겨. 이제 됐지?"
"응. 그럼 일단 니시키도 군이라고 하면 되는거지?"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그 반말은 좀 고칠수 없는겨?"
"싫어."
"참 별나구먼."


별난게 누군데 누구한테 별나다는건지. 내가 별나면 저쪽은 별난 정도로는 이미 형용할수 없는 정도일거다 분명. 잠깐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니시키도군이 출발하려는듯 페달에 발을 얹는다. 어이어이 잠깐, 아직 볼일 안끝났는데 어딜가. 출발하기 직전에 옷자락을 잡아 세우자 순간 휘청하더니 겨우 중심을 잡고는 뒤돌아보며 버럭 성질을 낸다. 이번엔 내가 잘못했다. 그건 인정.


"뭐여 참말로!"
"메일, 메일주소 가르쳐달라구."
"뭐?"
"메일친구 하자니까?"
"싫은디."


아 정말! 막말로 내가 사귀자고 한것도 아닌데 여자애들마냥 어지간히 튕겨대신다. 메일친구 한다고 닳는것도 아니고, 아주 그냥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싫다'니.


"...아. 그게 말여, 나 메일같은거 잘 안쓰니까..."
"아?"
"휴대폰 붙들고 메일쓰고 그런거 못혀. 귀찮아."
"그럼 전화번호."
"내가 왜 너한테 전화번호를 알려줘야 하는건디."


순간 할말을 잃었다. 왜, 라니? 친해지기 참 힘들다. 인생 참 피곤하게 사는듯. 메일안되면 전화번호라도 알아야지, 당연한거 아냐? 내가 뭐 못된짓이라도 할까봐 이러나 정말. 내가 점점 화난 얼굴을 하자 니시키도군의 표정이 눈에 띄게 당황한 얼굴로 바뀐다.


"...알았다니께. 메일친구 하면 되잖어! ...그대신 답장은 잘 못하니까 그다지 기대는 안하는게.."


그래서 겨우겨우 메일주소를 받아냈다. 내가 자꾸 가려는거 붙잡아서 짜증이 났는지 어쨌는지 가기전에 몇번이나 '이제 할말 없는거지?' 하면서 확인하고는 갔다. 혹시라도 할말 생기면 메일로 보낼거니까 걱정하지 마시라. 뭐, 메일 보내봤자 쉽사리 답장이 올것 같지는 않지만 죽어라 보내면 10통중에 한통정도는 답장이 오지 않겠어? 니시키도군을 보내고 보니 진이 뒤에서 싱글벙글 하고 있다. 쟤가 저런얼굴 하면 영 수상하다. 딱, 때려주고 싶은 표정.


"뭐가 그렇게 웃기냐?"
"아니 그럼 안웃겨? 너 니가 얼마나 웃겼는지 모르지 지금? 여자애 헌팅하는 줄 알았다 야. 악! 왜때려!"
"그냥."


그러니까 매를 벌어 넌. 선배고 뭐고 넌 오늘부터 때리고 싶은 사람 1호다. 2호는 때리고 싶은 일학년 후배님. 아직도 옆에서 궁시렁거리는 진의 등짝을 퍽 소리나게 때리고 웃으니 '저 새끼 미쳤나봐' 부터 해서 별의별 소리를 다 한다. 진짜 나 좀 미친건가? 왜이렇게 기분이 좋은지 모르겠다. 이제 메일 쓰는 연습이나 좀 해볼까.



네.. 오직 파로 때리는 씬을 쓰고 싶었을 뿐이었어요^_ㅠ 그치만 너무 휘리릭 지나갔구..
베케이션만 쓰면 새벽이 되요=_= 왜이럴까 정말.. 사실 이게 플롯 그딴거 개나줘 이런 심정으로 쓰는거라 형님들이 제맘대로 안움직여 주시네요.. 그래서 뭡니까 이 급전개는!!! 맞춤법, 오타 검사 하나도 안했으므로 만신창이구요.. 기본기도 없는데 애드립 하는 배우와 같은 엉성함이 있는 글이네요...orz
아카니시군에게는 진정 죄송한 마음 금할길이 없으며< 여기 들어오시는 분들중에 아카니시 검색으로 들어오시는 분들이 꽤나 제법 있길래 촘 당황스럽고 그렇습니다만...소설은 소설일뿐^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