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이 끝나고 다시 사복으로 갈아입은 뒤, 대기실을 나서려는데 뒤에서 형이 찬아! 하고 나를 불러세웠다.

“이따 방으로 와.”

“왜요?”

“못한 뽀뽀 찐하게 한번 하게.”

“아.. 안되는데.”

“왜?”

“산들이형이랑 구경나가기로 했거든요.”

산들이형이 맛집을 알아냈다고 해서 밤에 구경도 할겸, 나가기로 약속했다. 그러자 형 표정이 급격히 시무룩해진다. 바무룩인가?

“찬아. 형한텐 너밖에 없는거 알지?”

“산들이형도 동생은 나밖에 없는데...”

“야. 니 애인은 나냐 산들이냐?”

형, 그 질문은 반칙인데? 내 말대꾸가 마음에 안들었는지 투덜거리던 형의 입이 댓발 튀어나왔다. 이럴때 보면 형이 아니라 동생같다. 이런얘기 하면 화내겠지만.

“에이. 삐졌어요? 그러지말고 형도 같이 가요."

"됐어. 가서 이산들이랑 잘해보던가."

"형, 화났어요? 응?"

어쩐다. 이 나날이 A형같아지는 우리 형. 얼굴에 나 완전 화났음! 이라고 써놓고도 금방 풀리는 우리 형. 

"금방 갔다올게요.”

“그럼 이거. 이따 다시해줘.”

형의 손끝을 따라 시선을 옮겨보니 아까 입었던 메이드복이 눈에 들어온다. 저걸 또 입어달라고? 어려울거야 없지만..

“응? 뭐야 형 그런 취향이었어요? 바로오빠~히히.”

“끼좀 그만부려. 알았지? 이따 해줘야돼?”

한껏 콧소리를 섞어가며 형을 끌어안았다. 나 그렇게 아무데나 끼부리고 다니는 사람 아닌데! 나를 품에서 떼어어놓은 형은 이따 꼭 해줘야한다며 새끼손가락을 내민다. 

“난 예쁜 간호사누나가 기다려줄줄 알았는데.”

“아~ 간호사누나? 그 간호사누나한테 엉덩이 맞아볼래 너?”

“헐.. 알았어요. 그러지마. 나 맞는덴 취미없단말예요.”

형이 그런 취향인걸까 설마? 장난한번 쳤다가 엉덩이가 남아나지 않을것 같은 공포에 휩싸여 급하게 형의 새끼손가락에 손가락을 마주 걸었다. 그제서야 씨익- 하고 입꼬리가 올라가는 형. 그리고는 이따봐, 하면서 내 엉덩이를 툭툭 치고는 먼저 대기실을 나가버렸다. 아... 이따 누나한테 저 옷좀 챙겨달라고 해야겠다....